저는 지금 미술사 대학원생입니다. 전공은 도자기인데요, 제가 전공을 도자기로 한 것에는 이유와 사연이 있습니다. 저의 학부 때 전공은 고고학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잡고 있었던 분야는 구석기 고고학, 뼈 고고학이었습니다.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구석기 고고학 같은 경우 실제로 유물 재현하기 위하여 실험고고학 형식으로 많이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부 4학년이 되니까 미래가 걱정되더라고요.. 사실 구석기 고고학은 우리나라에서 전공자가 그리 많지도 않고, 박물관에서도 거의 뽑아주지 않고, 유적 또한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기존에 발굴한 유명한 유적, 이를테면 연천 구석기 유적이나 공주 석장리 유적, 단양 수양개 동굴 유적 등을 제외하면 최근에 발굴되는 유적 중에서 구석기 유적은 손에 꼽습니다. 오죽하면 발굴만 되었다 하면 신문에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그 정도로 힘들고, 벌이도 적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부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금도 모시고 있는 도자기 은사님을 만났습니다. 뵙자마자 너무 당당하시고, 전공과 도자기 유물과 유적에 대한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한테 "하고 싶은 거 하셔도 돼요"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분과 함께라면 나도 저렇게 될수 있을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전공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대학원까지 가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드는 생각이 저 스스로가 나약해서 도자기로 전공을 바꾼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판단이 없던건 아닙니다. 도자기는 오히려 유적과 유물은 많은데, 전공자가 없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미술사에 속해있다보니 구직난이 심합니다. 그런 차이가 있는데, 그래도 필요로 하는게 많은 나름 현실적인 이유로 골랐습니다. 하지만 이게 제가 구석기와 뼈 고고학을 끝까지 버티면서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넘어온게 제가 나약해서 전공을 넘어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하지만 제가 구석기에서 끝장을 안 보고 온건 아닙니다. 한계점을 인식했고, 그 단계에서 저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은 이상 못할 것을 알았습니다.저는 지금 점검 받고, 여쭙고 싶습니다. 정말 제가 나약해서 넘어온건지, 아니면 타당한 판단에 의한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가르쳐주세요 부탁드립니다